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는 2017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와 섬세한 감정을 다룬 이 영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역량을 볼 수 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과 거리가 멀어지면 사랑이 이어지기 힘들다는 슬픈 현실을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왜 봐야만 하는지 이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연약한 관계
초속 5센티미터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영화입니다. 서로 연결된 세 개의 분절된 파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벚꽃, 우주비행사, 초속 5센티미터로 나뉘어있습니다. 벚꽃 편에서는 어린 시절 친구였던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둘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학교에서는 겉돌지만 둘은 서로 유대감을 쌓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카리가 전학을 가게 되고 둘은 자연스럽게 멀어집니다. 어느 날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된 둘은 중간 지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때마침 폭설이 내리고 타카키의 열차는 4시간이나 지연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간 약속장소에는 아직 아카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헤어집니다. 우주비행사 편에는 타카키의 고등학교 시절이 나옵니다. 타카키와 아카리는 이제 편지도 주고받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습니다. 타카키는 마음속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고 보내지 못할 문자만 작성합니다. 그런 타카키를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좋아하는 여학생 카나에가 있습니다. 카나에는 좋아하는 타카키에게 결국 마음을 전하지 못합니다. 초속 5센티미터 편에는 성인이 된 타카키와 아카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타카키는 엔지니어로 일하지만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퇴사합니다. 연인과도 헤어지고 헛헛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카리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였습니다. 둘은 우연히 기찻길 건널목에서 잠시 마주치지만 지나가는 열차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 채 돌아섭니다. 이 영화는 사랑을 환상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현실의 사랑도 이 영화처럼 거리가 멀어지면 옅어집니다. 사랑하고 있지만 용기가 없어 고백을 하지 않고 그 감정이 시간이 지나 흐려지기도 합니다. 이런 인간들 간의 관계와 감정에 대해 현실적으로 묘사한 점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비주얼
초속 5센티미터는 훌륭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배경을 그리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황혼의 하늘에 떨어지는 벚꽃은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이 환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공허해 보이지만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도 예외는 아닙니다. 계절의 변화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변화와 일맥상통합니다. 비주얼만으로도 인물들의 감정과 성장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빛과 색을 매우 잘 사용한 점도 인상적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분홍색, 주황색, 파란색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였습니다. 관객들은 이러한 색감들에서 왠지 모를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눈 덮인 선로를 달리는 기차와 벚꽃이 흩날리는 모습이 겹치며 마음속에 파장을 일으킵니다. 이 영화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시각적 볼거리가 아닙니다. 감정을 증폭시키며 영화에서 빠져서는 안 될 요소로 작용합니다.
사운드트랙
신카이 마코토와 자주 협업하는 텐몬이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톤과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도 사용하고 웅장한 오케스트라 곡도 사용합니다. 감정선에 따라서 유려하게 음악을 사용하고 잇습니다. 야마자키 미사요 시의 '한 번 더, 한 번 더 기회''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흘러나옵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타카키와 아카리가 서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장면과 이 노래의 가사가 딱 드러 맞습니다. 관객들은 음악을 들으며 재회하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게 됩니다. 광활한 자연이 펼쳐지는 장면, 기차가 달리는 장면 등에서 어울리는 음악을 배경으로 사용하여 영화의 감정을 증폭시킵니다.
결론
이 영화는 인생에서 반짝이는 순간들을 보여주며 인생 내내 빛날 수는 없다는 씁쓸한 현실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한 순간 빛났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고 거리가 멀어지면 옅어집니다. 그리운 것은 그때 그 사랑이 아니라 찬란했던 나의 젊음과 두근대던 내 마음입니다. 나이가 먹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예전처럼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떨어지는 벚꽃 잎 하나하나 다 보이던 그때 그 시절의 나는 이제 없습니다. 초속 5cm인지 어떤지 그것의 속도는 이제 관심이 없습니다. 젊음은 한 때이고 사랑도 책을 적신 물방울처럼 흔적만 남을 뿐입니다. 아름답지만 씁쓸한 다크초콜릿 같은 이 영화를 당신에게 추천합니다.